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는 것은 마치 군인들이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하여 전쟁터로 나아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들의 건강과 성장을 저해하는 많은 유해환경에 거의 무차별적으로 노출 되어 있다.
육체적 건강을 해치는 술·담배, 그리고 각종 유해식품과 약물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황폐화 시키는 온갖 외설과 음란성 음반, 그리고 각종 영상매체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이로 인한 청소년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상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이들의 비행이나 폭력성경향 또한 결코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세계최고 수준의 청소년 흡연율과 음주율을 비롯해서 술집이나 윤락가에 까지 드나드는 나이어린 청소년들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미혼모의 임신과 낙태의 증가로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중병을 앓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하여 정부나 우리사회가 이러한 청소년 문제를 전적으로 외면만 해온 것은 결코 아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도 만들어져 있고, 이를 행정적으로 다루는 정부기구도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종교나 민간단체들의 수 또한 적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는 것은 이들 청소년을 위한 정부기구나 종교, 민간단체들의 힘이 다른 정부기구나 단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데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으로 우리사회가 전혀 청소년 친화적 사회가 못된다는데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어른들의 관심이라는 것도 다분히 이론뿐이고, 무엇보다 어른들이 조금도 모범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색적인 욕설과 음란성 가사를 넣어 만든 노래며, 무시무시한 폭력배들을 오히려 영웅시 하는 영화를 만들어 떼돈을 버는 것도 어른들이고, 어린아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것도 어른들이며, 아이들 앞에서 마구 담배를 피워대는 것도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들 스스로의 문제라기보다 청소년들을 진정으로 건강하게 보호하고 육성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문제라고 할 수가 있다.
미국에는 <미국의 약속재단 America’s Promise Alliance>이라는 민간 청소년 보호단체가 있다. 2000년대 초 미국행정부의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파월」이 잠시 합참의장 자리에서 물러나 있던 1997년에 설립한 이 단체는 다른 청소년보호기관들처럼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하거나 그들의 비행을 단속하는 단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다섯 가지 약속을 하고, 이를 실천하자는 사회운동을 펼치는 단체다.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하는 좋은 어른들이 되겠다는 것 Caring adults과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장소 Safe place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것, 어린 시절을 건강하게 시작하도록 Healthy start하겠다는 것, 쓸모 있는 교육 Effective education을 보장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Community service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어른들이 청소년 친화적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사회운동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청소년 문제를 어른들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과 사업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을 벌겠다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생각을 버림으로써 우리사회를 진정 청소년 친화적 사회로 만드는 일에 노력해야한다. 지금 이시대의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지 않고는 우리에게 결코 건강한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김 종 성 / 성북수지자이 아파트(1차) 회장